응원석에서의 불편함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두가지로는 부족하다. 옆사람이 흔드는 깃발에 얼굴을 맞기도 하고 뒷사람이 흔드는 팔에 얻어 맞기도 한다. 득점 후 누군가가 신이 나서 뿌리는 물을 맞기도 하고 날카로운 부잉 소리에 귀가 아프기도 하다. 이 모든 일들은 응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로 절대 고의나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만약 이 모든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겠다면 응원석이 아닌 다른 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면 된다. 응원석은 쾌적한 경기 관람보다 응원이 우선하는 공간이다. 파랑검정 현장팀은 인천유나이티드 골대 뒤 즐거운 응원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단으로부터 직간접적 지원을 받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원정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체 원정버..
이기고 난 후 팬들의 반응은 단순하다. 열광하고 환호한다. 하지만 지고 난 후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야유를 보낸다. 박수 치는 사람이 야유 하는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금요일 경기는 주말 이틀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물론 나는 주말에 출근했지만) 여담이지만 일터에서 타팀 경기를 중계로 보다가 상의 탈의한 관중들을 발견했다. 물론 모두 남성들이었다. 너무 당연해서 잘 모르겠지만 공공장소에서 마음대로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건 권력이다. (반대로 한 여성 연예인은 브라를 하지 않아서 욕을 먹는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대구 원정은 파도(PADO)의 구성원들과 함께 KTX를 이용했다. 인천 사람들은 고속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서 광명이나 서울로 이동해야 한다. 인구 300만이 넘는 도시에 아직까지 KTX 정차역이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인천에 산다는 이유로 시간과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동대구역에서 DGB대구은행파크로 이동하는 동안 대구 시내에서 운행 중인 518 버스를 보았다. (광주에서는 228 버스가 운행 중이라고 한다) 대구 시내에 다소 투박하게 지어진 명성이 자자한 새 경기장의 원정석은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경기장 내부 매점에서는 오직 맥주만 판매해서 미성년자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마실 것을 구입할 수 없었고,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다. 화장실은 경기장 외부에 ..
이러면 안되는데 대충 살고 싶어졌다. 4부리그 팀한테 지는 1부리그 인천유나이티드처럼, 지고 있는데 이기고 있는 것처럼 뛰는 인천유나이티드처럼 말이다. 패색이 짙다 못해 우리를 온통 에워 싸고 있는 기분이다. 파도(PADO)의 구성원들은 직업 특성상(?) 일주일에 7일 정도 만나는데 요즘엔 모여서 한숨만 쉰다. 잠시라도 대화가 끊기면 어김없이 한숨이 터져 나온다. 어제 술자리에서는 그래도 선덜랜드보다는 낫지 않냐며, 우리보다 더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굳이 꺼내 자기위안에 몰두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넷플릭스 를 시청하기를 바란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소설 의 첫 문장이다. 5연패가 확정되는 순간 왜 이 문장이 떠올랐을까.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따르면 잘 나가는 팀은 엇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뭘해도 안 되는 팀은 수만가지 이유로 불행하다. 누군가는 10번을 비난하고 누군가는 19번을 비난한다. 어떤 이는 29번을 패인으로 꼽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14번을 패인으로 꼽을 것이다. 이 모든 의견을 종합하면 그냥 11명 전부 못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고로 인천유나이티드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감독 경질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감독은 여러 패인 중 하나일 뿐이고 아직 우리에게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더 많다. 4월이 이제 겨우 절반 지났건만 응원석은 벌써 텅 비워졌다..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어지는 일정도 만만치 않다.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한 줄기 희망이듯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희망을 걸어 보는 수밖에 없다. 지난 라운드 무고사의 부상으로 이준석이 데뷔전을 치뤘고, 이번 라운드는 오랜만에 최범경이 교체로 출전했다. 후반전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11명의 선수 가운데 6명의 선수가 유스 출신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들은 분명 간절함, 절실함, 자존심 같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우리와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평일 경기가 있는 날에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일하기에 적합하면서도 축구장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신중하게 골라 입는다. 만약 장거리 원정을 가야 한다면 아껴둔 휴가를 사용한다. 혹시라도 킥오프 시간에 늦지는 않을까 퇴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 졸인다. 퇴근 후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부지런히 축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축구장에 갔는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면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분하고 답답하지만 다음날 출근은 현실이다. 팬들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물며 팬들도 이럴진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경기력이다. 대구서포터즈는 우리..
인천팬들은 패배에 익숙하다. 그만큼 자주 겪는다는 뜻이지 계속 져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패배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쌓인다. 빅버드 원정석에는 인천팬들의 10년치 아픔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우리가 수원 원정에서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징크스 때문이 아니다. 매번 준비가 부족했고, 자존심을 걸고 싸우지 않았다. 이번에도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고 웃어 넘긴다면 100년이 지나도 이길 수 없다. 10년이 넘도록 수원 원정 경기에 함께 하고 있는 인천팬들은 부끄러운 역사의 산 증인이다. 우리의 10년을 무엇으로 보상 받을 것인가. 그저 그런 팀이 되느냐, 아니면 새로운 역사를 쓰느냐. 다가오는 여름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그자리에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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