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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화

190519 대구 원정

선을 넘는 여자 2019. 5. 21. 12:31

이번 대구 원정은 파도(PADO)의 구성원들과 함께 KTX를 이용했다. 인천 사람들은 고속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서 광명이나 서울로 이동해야 한다. 인구 300만이 넘는 도시에 아직까지 KTX 정차역이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인천에 산다는 이유로 시간과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동대구역에서 DGB대구은행파크로 이동하는 동안 대구 시내에서 운행 중인 518 버스를 보았다. (광주에서는 228 버스가 운행 중이라고 한다) 대구 시내에 다소 투박하게 지어진 명성이 자자한 새 경기장의 원정석은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경기장 내부 매점에서는 오직 맥주만 판매해서 미성년자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마실 것을 구입할 수 없었고,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다. 화장실은 경기장 외부에 있어서 여러 번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고, 남자 화장실은 소변기가 겨우 3개라서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만약 휠체어를 탄 미성년자 인천팬이 원정 경기를 보기 위해 DGB대구은행파크에 도착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은 원정석으로 어떻게 입장해야 할까. 원정 구역은 계단 이외의 입장 통로는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입장에 성공했다고 치자. 만약 경기 도중 목이 마르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고 답답해지는 상황이다.

누구나 동등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없는 곳이라면 과연 누구에게나 열린 장소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는 너무나도 쉽게 그 존재가 지워진다. 따라서 나는 DGB대구은행파크가 실존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대구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구뿐만 아니라 K리그 모든 팀들은 경기 관람에 있어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없는지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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