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옆 아파트를 샀다 1화 - 이 동네 이사 오지 마요 2018년 여름, 개인적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안정적인 거처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옮겨야 하는 상황, 착잡한 마음으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원래 살던 동네와는 꽤 멀지만 가장 먼저 축구장 근처에 가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시즌 중에는 자주 가는 홈 경기장이니까, 단순히 근처에 살면 편하겠다 싶었다. 경기가 없는 주말에 부동산에 갔더니 매물을 몇 개 보여줬다.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다. 화장실이 너무 작거나, 인테리어가 해괴망측하거나, 누가 오든지 말든지 웃통을 까고 드러누운 집주인이 있는 집들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동산이 하나 더 있었다. 가벼운 ..
언제나 어디서나 인천을 노래해 승리를 위한 이 노래 다 함께 부르자 유나이티드를 향한 우리의 노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출 수 없다고 확신했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노래가 중단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작년에는 응원은커녕 축구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무관중 경기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 무슨 난데없는 형벌인지 어리둥절했다. 무관중 경기에서 고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경기 전날 텅 빈 경기장에 잠깐 들어가서 배너를 설치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관중 입장이 허용되고 나서도 육성 응원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응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육성 응원은 응원의 여러 방법 중 하나이지 유일한 길이 아니다. 코로나 시대가 아니었다면 기존의 응원 문화가 과도하게 육성 응원에 ..
우여곡절 끝에 2019시즌도 해피엔딩. 강등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시즌이었지만, 김호남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존나 멋있는 팀이니까 잔류에 성공했다. 이번 경남 원정은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5대 규모로 예상한 버스가 증차를 거듭해 무려 16대로 늘어났고, 개별 이동한 팬들까지 더해져 창원축구센터의 원정석은 파랑검정색으로 가득 차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졌다. 그동안 막연히 꿈꾸던 일들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현실이 되어 있었다. (내적 감동) 2019년 11월 30일 창원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한 사람들과 되도록 오래 함께하고 싶다. 물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만, 지치지 않고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축구장에서 친구를 만들라는 것이다. 축구장이 아닌 다른 곳..
RAISE YOUR PROPAGANDA EP.6 : OFFSIDE GIRLS ⠀ 1. 이 머터리얼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이 플래그는 영화 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극 중에서는 이란과 바레인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보기 위해 남장을 하고 아자디 경기장에 몰래 입장을 시도하는 이란의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 영화에서 '오프사이드'는 금지된 선을 넘는 행위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반칙을 저지르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요? 이란의 여성들일까요? 아니면 이란이라는 국가 권력일까요? ⠀ 파랑검정색 오프사이드 기(旗) 패턴을 배경으로 OFFSIDE GIRLS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직역하면 선을 넘는 여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만큼 선을 넘는 여자들을 응..
유나이티드는 여전히 강등권에 머물러 있지만 날이 갈수록 관중은 늘어나고 있다. 성적을 뛰어넘은 팀의 역사와 스토리 그리고 파랑검정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본다. 이제는 킥오프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S석 스탠딩 중앙 구역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일찍 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서려면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줄 열정적인 사람들이 필요하다. 단순히 분위기를 즐기기보다 우리의 응원으로 경기 흐름과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강도 높은 응원에 임하겠다는 그런 각오가 필요하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이곳에서 함께하고 싶다. 한편 지난 성남 원정 ..
작년 11월 상암에서 OFFSIDE GIRLS 배너를 처음 걸었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 파랑검정은 상암에서 #BLUEGIRL 배너를 걸었다. 내가 누리는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언제나처럼 안전하게 축구장에 입장해서 응원을 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하거나 감옥에 가거나 죽지 않았다. 내가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선을 넘는 여자들을 응원한다고 말했지만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고 억장이 무너진다. 피부색도 국적도 사용하는 언어도 응원하는 팀도 다르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나의 자매들이 더이상 희생되거나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자..
10년만에 수원 원정에서 이겼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무했다. 분명한 건 그들은 10년이나 못 이길 정도의 상대가 아니었다. 장안의 화제였던 ‘김**의 트리콜로’ 사건이 보여주듯 수원삼성의 응원 문화는 위계 질서와 군대식 문화 위에 위태롭게 서있다. 소수의 꼰대가 스스로 획득한 권력을 휘두르다가 결국 나치의 거수 경례까지 따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원삼성의 골대 뒤는 사유없는 응원이 얼마나 볼품없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사유하는 응원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지 않고 누구나 동등한 권리로 즐길 수 있는 응원 문화를 말한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다양하게 발언할 수 있는 응원 문화를 말한다. 행여나 골대 뒤에서 옳지 않은 일들이 벌어져도 자정할 수 있는 건..
심판을 돈으로 사는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머리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다. 다만 그들이 수준 낮은 행동을 했을 때 (물론 그들의 수준에 맞는 행동이지만) 가령 형광색 굿즈를 착용하고 원정 구역이 아닌 좌석에 버젓이 앉는다든지, 경기 종료 후 보란듯이 원정팀 선수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다든지 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멍때리고 있는 인천 프런트 때문에 화가 난다. 냉장고 깊숙이 처박아 둔 음식물 쓰레기처럼 잘 보이지 않을수록 썩어 있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매년 반복되는 강등 위기의 핵심 이유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 썩어 있는 고인물 때문인지도 모른다. 뭐가 문제인지 도저히 모르겠는 당신이 바로 고인물이다. 고인물에서 악취가 풍긴다. 제발 생각이란 걸 좀 하고 변화하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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