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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화

Propaganda in Matchday와의 인터뷰

선을 넘는 여자 2019. 11. 4. 23:45

RAISE YOUR PROPAGANDA EP.6 : OFFSIDE GIRLS


1. 이 머터리얼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 플래그는 영화 <오프사이드>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극 중에서는 이란과 바레인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보기 위해 남장을 하고 아자디 경기장에 몰래 입장을 시도하는 이란의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오프사이드'는 금지된 선을 넘는 행위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반칙을 저지르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요? 이란의 여성들일까요? 아니면 이란이라는 국가 권력일까요?

파랑검정색 오프사이드 기(旗) 패턴을 배경으로 OFFSIDE GIRLS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직역하면 선을 넘는 여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만큼 선을 넘는 여자들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 메시지가 꼭 전달되길 바라는 곳이 있나요?

바로 제가 서 있는 이곳, 인천유나이티드의 골대 뒤입니다.

축구장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수년 전 그날도 좀처럼 경기가 잘 풀리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그라운드를 향해 '벌려!'라고 외쳤어요. 그리고는 일행들과 함께 낄낄대며 웃었죠.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이었어요. 그때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불쾌했지만 그냥 웃어 넘겼어요.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자리에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있었어요. 그때 느꼈던 수치심과 무력감을 절대 잊을 수 없죠.

그때 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을까, 부채 의식이 아직도 저를 괴롭혀요. OFFSIDE GIRLS는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결심이고, 선을 넘어서 변화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입니다.

3. 왜 머터리얼을 사용하나요?

예전에는 90분 동안 노래하고 박수치고 뛰는 게 응원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대로 머터리얼은 선택 조건이라고 생각했죠. 맨몸으로 하는 응원이 진정한 응원이고, 머터리얼은 부수적인 도구쯤으로 여겼어요.

그러나 이 생각은 신체 건강한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차별적입니다. 노래하지 못하고 박수치지 못하고 뛰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신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나 유아를 동반한 어른들을 예로 들 수 있겠죠.

맨몸으로 하는 응원이 가장 우월하다는 과거의 생각은 틀렸어요. 그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비롯된 낡은 생각이죠. 이제는 머터리얼 사용이 다양하고 평등한 응원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노래하지 못하는 대신 플래그를 흔들고, 뛰지 못하는 대신 배너를 걸 수 있어요. 모든 시도는 의미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4. 덧붙여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리는 성별, 인종, 국적, 나이, 학력, 소득 수준, 정치 성향, 장애 유무, 성적 지향이 다르지만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한다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였습니다. 내가 무심코 던지는 말로 인해서 주변에 소외되거나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불편한 구석을 짚고 넘어간다는 건 그 자체로 불편한 일이에요.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즐거움을 반감시키지 않으려고 애써 불편함을 모른척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편해야 비로소 즐거울 수 있어요. 모두가 즐거운 응원을 위해서 불편함을 모른척하지 않겠습니다.

5. 아직은 남성중심적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한 축구씬에서 끊임없이 선을 넘고자 애쓰는 OFFSIDE GIRLS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파랑검정 현장팀에서 제가 유일한 여성인데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대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여성들이 골대 뒤에서 더 설치고 나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나대지 말라는 말에 상처받기도 했는데, 그건 여자답게 얌전히 있으라는 잘못된 말이잖아요. 요즘에는 나댄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내가 잘 하고 있구나 생각하죠.

제가 알고 있는 열정적이고 본보기가 될만한 여성들이 많아요. 더 많은 여성들이 파랑검정 현장팀에 합류해서 모두가 즐거운 응원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파랑검정 현장팀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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