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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옆 아파트를 샀다

1화 - 이 동네 이사 오지 마요

 

2018년 여름, 개인적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안정적인 거처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옮겨야 하는 상황, 착잡한 마음으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원래 살던 동네와는 꽤 멀지만 가장 먼저 축구장 근처에 가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시즌 중에는 자주 가는 홈 경기장이니까, 단순히 근처에 살면 편하겠다 싶었다.

경기가 없는 주말에 부동산에 갔더니 매물을 몇 개 보여줬다.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다. 화장실이 너무 작거나, 인테리어가 해괴망측하거나, 누가 오든지 말든지 웃통을 까고 드러누운 집주인이 있는 집들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동산이 하나 더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서 매물이 있으면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동네 이사 오지 마요. 왜 이사 오려고 해?”

사장님은 우리가 둘러본 집을 절대 계약하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빌라의 경우 전세금을 돌려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은 훗날 우리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요 앞에 아파트 오늘 준공식 하잖아. 모델하우스 한 번 가봐요.”


(다음 화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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