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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화

190316 상주 원정

선을 넘는 여자 2019. 3. 18. 01:41

내가 인천유나이티드 팬으로서 자부하는 여러 특이점 중 하나는 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원정 버스 시스템이다. 외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는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구단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더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의견이 인천팬들 사이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되었고, 2016년부터 파랑검정 현장팀의 주도로 사비를 모아 자체 원정 버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구단과 팬들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건강하고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부 소모임들은 구단에서 으레 제공하는 경기장 내 창고 공간조차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경기장 바깥에 별도의 공간을 꾸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서 비용을 지불하는 이른바 가치에 따른 소비를 우리는 해내고 있다. 이는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원정의 경우 버스 섭외부터 참여자 모집, 원정 비용 모금, 버스 배차까지 파랑검정 현장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나누어 한다. 다년 간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발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 일로 파랑검정 현장팀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돌아가지 않는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천유나이티드의 원정 경기에 함께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보상이다.

상주 원정은 피크닉 같다는 기억이 늘 남아 있는데, 그 이유를 오늘 알 것 같았다. 쏟아지는 햇살, 적당히 시원한 바람, 시골 소도시의 한적함이 주는 여유로움에 긴장이 풀렸다. 오늘도 상주의 이 오묘한 분위기에 우리가 말렸다.

경기 종료 후 상무에서 뛰고 있는 인천 선수들이 인사를 하러 왔다. 왜 몇몇 선수들의 전성기는 우리팀을 떠나기만 하면 찾아오는지 참으로 야속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좋았다. 건강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파랑검정색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두배 아니 세배로 활약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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