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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화

181201 전남 홈경기

선을 넘는 여자 2018. 12. 10. 23:13

우리의 목표가 오로지 잔류뿐이라면 그건 너무 시시하지 않나. 분명히 말했지만 시나리오는 우리가 쓴다. 자고로 뛰어난 작가란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파도의 구성원 알감자는 후반 45분 내내 타구장 소식을 확인했다. 나도 응원하는 시늉만 했지 온통 관심은 그쪽에 쏠려 있었다. 마침내 머나먼 상주에서 박용지가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순간 거짓말 안하고 문선민의 결승골만큼이나 기뻤다.

2018 시즌 마지막 홈경기이기도 했고 잔류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라서 9천명이 넘는 유료 관중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무료 관중까지 대략 만이천명의 관중이 함께 했는데 오랜만에 인파에 부대껴 축구를 보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원래 축구장은 부대끼는 맛이지.

주변인들에게 내가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한다고 밝히는 행위를 내맘대로 ‘축밍아웃’이라고 부른다. 별 유난을 다 떤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한다는 건 숨기는 편이 오히려 나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같은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는 커녕 존중 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선뜻 말하기가 참 곤란하다.

얼마 전 뜬금없이 ‘축밍아웃’을 당했는데(?) 생각보다 당황스럽지 않았고 꽤 괜찮았다. 생각해보면 인천사람이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일이 당연하다면, 경기가 있는 날에는 홈이든 원정이든 축구장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면, ‘축밍아웃’은 더이상 쓸모없는 단어가 될 것이다.

나는 2018 마지막 경기에서 ‘축밍아웃’이 필요없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았다.

이번 시즌은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새로운 환경에서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축구장의 언어로 발언하기를 시작한 의미있는 해이기도 하다. 나는 한결같은 사람보다는 변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시즌이었다.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즐겁게 축구장에 다닐 수 있었다. 시즌이 끝났고 조만간 미뤄둔 여행을 다녀 오려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그리고 다시 만나요, 인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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