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축구 문화

선을 넘는 여자들

선을 넘는 여자 2018. 11. 25. 00:06

나에게 있어서 축구장은 일탈의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이다. 일상 속에서 말하지 않는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 의견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발언하는 행위는 중요하다. 나는 축구장을 일종의 광장이라 여기고 축구장의 언어로 발언하고자 한다.

플래그를 제작했다. 오프사이드 기(旗) 패턴을 배경으로 OFFSIDE GIRLS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동명의 영화 <오프사이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영화 <오프사이드>는 이란과 바레인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보기 위해 남장을 하고 아자디 경기장에 몰래 입장을 시도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오프사이드란 금지된 선을 넘는 행위를 상징한다. 그런데 오프사이드 반칙을 저지르는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이란의 여성들인가? 아니면 이란이라는 국가 권력인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총체를 선(line)이라고 한다면,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도 교묘히 제모습을 감춘 선이 분명 존재한다. ‘너 오프사이드는 알아?’ 무례한 맨스플레인부터 왜 여성의 관심사는 검열과 의심을 받아야 하는가. 불과 얼마 전까지 내가 속해 있었던 그룹은 암묵적으로 여성의 가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나조차도 문제 의식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과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만큼 선을 넘는 여자들을 응원한다. 언젠가는 선같은 건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변화에 앞장서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즐겁게 응원하기’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

'축구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1201 전남 홈경기  (1) 2018.12.10
181124 북패 원정  (0) 2018.11.26
181110 강원 원정  (0) 2018.11.11
181103 상주 홈경기  (0) 2018.11.04
181020 전주 원정  (0) 2018.10.2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