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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화

181110 강원 원정

선을 넘는 여자 2018. 11. 11. 16:29

인천유나이티드가 비상이 걸릴 때마다 긴급 소집하는 특별 원정대가 바로 ‘비상 원정대’라고, 우리끼리 주고받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2005년 리그 준우승의 상징인 비상(飛上)보다 강등 위기의 비상(emergency)이 먼저 떠오르는 현실이라니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이번 비상 원정대는 시간(토요일 오후 2시), 비용(구단에서 제공한 무료 버스), 거리(비교적 가까운 춘천)의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져 버스 8대 규모의 원정단이 꾸려졌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 중에서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이정도의 인원이 함께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시간과 비용과 거리에 상관없이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과 비용과 거리에 상관없이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하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만난다.

지난 7대0 패배를 설욕하듯 전반에만 2골을 몰아쳤지만 고질적인 수비의 문제로 금세 2골을 따라 잡혔다. 강원의 역전골이 들어갔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는데 하늘이 도와서 VAR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되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정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노력했던 그가 결국은 해냈다. 꿈꾸던 일이기만 해서 아직도 꿈꾸는 기분이라고 그는 울먹이며 인터뷰를 했다. 문득 영화 <비상>의 첫 장면이 떠올랐다. ‘난 매일 꿈을 꿔’로 시작하는 당시 인천유나이티드 주장 임중용의 인터뷰를, 우승을 꿈꾸던 그의 표정을 기억하는가. 오늘은 그의 제자가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날이다. ‘비상 원정대’ 정말이지 적절한 네이밍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비상 사태라고 놀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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