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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옆 아파트를 샀다
5화 - 사전 점검
2022년 3월 5일 토요일. 리그 4라운드 포항과의 홈경기가 있는 날이자, 아파트 사전 점검이 있는 날이었다. 동거인과 내가 앞으로 살게 될 아파트의 이름은 ‘스타디움센트럴시티’로 정해졌다.
“스타디움보다는 아레나가 더 좋을 텐데.”
동거인이 말했다. 나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다.
“근데 왜 죄다 영어야? 축구장 옆 아파트. 직관적이잖아.”
이미 정해진 아파트 이름은 바꿀 도리가 없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사전 점검 3일 동안 찾을 수 있는 하자들뿐이다. 홈 경기가 겹쳐서 시간도 부족하고 직접 하기엔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사전 점검 전문 업체를 불렀다.
토요일 약속된 시간에 총 4명의 전문가가 나타났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장비로 벽과 바닥과 천장의 수직과 수평을 재고, 실내 공기 중 유해 물질을 측정했다. 눈에 보이는 하자와 보이지 않는 하자 모두 빠른 속도로 체크해 나갔다. 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이 정도면 튼튼하게 잘 지어졌네요.”
저 말이 듣고 싶어서 돈을 썼구나. 전문가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던 말이 나오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점검을 마친 사람들이 거실 창 앞에 나란히 섰다.
“집에서 축구가 보이겠어요.”
“반밖에 안 보이잖아요. 내려가서 봐야죠.”
“인천 요즘 잘하나요?”
“글쎄요.”
동거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사전 점검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인천은 포항에게 0:1로 졌다. 인천유나이티드 경기력의 하자는 끝내 잡지 못한 주말이 저물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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