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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화

181103 상주 홈경기

선을 넘는 여자 2018. 11. 4. 01:47

골대 뒤에서는 많은 것들이 암묵적인 약속으로 정해져 있는데 특히 응원 구역에 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인천유나이티드 골대 뒤는 주로 소모임별로 응원 구역이 정해져 있다. (다른 클럽의 골대 뒤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소모임의 자리를 침범하거나 원래의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드물게도 나와 함께 하는 파도(PADO:NEW WAVE)라는 그룹은 응원 구역을 때때로 달리 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응원 구역에 있어서 파도는 구성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파도의 구성원 K는 E석에서 아기와 함께 관람하는가 하면, L은 S석 난간에 매달려 강도 높은 응원에 임한다. 어디에 있건 어떤 모습을 했건 우리는 파도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다.

파도의 구성원들이 파도에 ‘소속’되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파도는 개인 지지자들의 연합으로 아주 얇고 낮은 울타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파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파도의 유행어로는 ‘알아서 할게요’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세요’ 등이 있다)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축구장에 가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 아직 정신을 못차려서 그런지 축구장에 못 가는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오늘도 무리해서 축구장에 갔다. 전반전을 포기하기로 타협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고 그로 인한 갈등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어서 아직까지 이렇게 살고 있다.

오랜만에 파도의 구성원들과 함께 스탠딩석 중앙에서 응원했다. 응원 구역에 따라서 응원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코어는 응원 강도가 가장 센 구역이다. 그래서 후반 45분만 응원했음에도 목소리가 맛이 갔다. 가끔은 이런 식으로 긴장감을 느끼는 응원도 즐거운 것 같다.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즐거운 고민을 하는 자유로운 노마드 파도의 이야기도 간간히 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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