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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화

230919 ACL 요코하마 원정

선을 넘는 여자 2023. 9. 21. 13:42

영상 출처 : 트위터 @kokemari

잊기 전에 요코하마 원정 기록

1. 파랑검정 현장팀에서 시부야역 집결, 신요코하마역부터 닛산스타디움까지 행진을 기획했다. 얼마나 모일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참여해서 놀랐고 기뻤다. 신요코하마역에 모인 파검의 인파를 처음 본 순간 울컥했다.

2. 들뜬 마음을 최대한 누르며 도심에서는 조용히 행진했다. (우리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직장인이니까 다들 십분 이해하는 분위기..) 스타디움이 가까워지자 살짝 노을진 하늘에 새들이 날아갔다. 인천 콜을 외치며 파랑검정이 등장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을 흔들던 마리노스 팬들. 홈 팬들과 동선이 분리되는 순간 시작되는 노래까지!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이었다.

3. 마리노스 팬들 입장에서 파랑검정의 장외 행진이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다. K리그에서는 이미 원정 장외 행진과 응원은 선 넘는 행위로 취급받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환대받았고 나는 이 환대를 돌려주고 싶다. 다들 생각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리노스 팬들이 숭의에서 행진한다면 손을 흔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7시 경기라 퇴근하고 가면 킥오프 이후..) 큰 무대를 경험하니 인심이 후해진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하나 보다.

4. 경기장 입장부터 퇴장까지 마치 테마파크에 온 분위기. 친절한 응대와 환대. 하지만 지켜야 할 규칙이 꽤나 까다롭다. 재밌었던 건 원정석에 J리그 클럽의 서포터들이 많았다. 경기가 끝나고 코어를 지나치며 조용히 엄지를 들거나, 본인이 어떤 팀을 응원하는지 밝히기도 했다. 특히 마리노스와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한 요코하마fc 팬은 인천 어웨이 유니폼까지 입고 와서 (어떻게 샀을까?) 90분 동안 적극적으로 응원에 참여하고 경기가 끝나고는 "fucking marinos!"를 외치고 퇴장했다.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뭐, 적의 적은 동지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숭의에서 펼쳐질 ACL 홈 경기 원정석에도 인천을 싫어하는 K리그 서포터들이 많이 모이겠지. (걸리기만 해라~)

5. 히로시마 팬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사람은 우리 그룹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padoincheon 인스타 계정을 알려 줬더니 "ultras?"라고 묻는다. 처음엔 아니라고 대답했다. (대장 없음, 강요 없음) 그런데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닌 게 아닌 거다. 검은색 티셔츠를 다 같이 맞춰 입고, 코어에서 강한 응원을 펼치고, 귀가 찢어지도록 부잉을 하고, 대형 깃발을 흔들고, 웃통을 까고 응원하니까. (나도 첫 상탈 성공) 현장에서 가장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들을 "ultras"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울트라스가 맞다. 결론은 울트라스든 뭐든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고, 한두 번의 행동보다 중요한 건 바로 꾸준함이다. 히로시마 팬은 산둥과 카야 원정도 가냐고 물었고, 우리는 대답했다.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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