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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간사이

선을 넘는 여자 2015. 11. 11. 08:27

급조된 여행이었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출근할 때 너는 잠시 눈을 붙였고, 내가 퇴근할 때 너는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함께 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었다. 서로에게 소홀하거나 다투지 않았다. 어떠한 문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괜찮은 것 같았다. 지나온 시간이 앞으로의 시간을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너는 여행을 제안했다. 정작 너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지만 너는 나보다 적극적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누구보다 너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나였지만 모른척 너를 따랐다.
3박4일을 꼬박 함께 보내며 그동안 괜찮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애써 노력할 필요 없다고, 반복되는 감정싸움은 낭비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은 자기 합리화에 가까웠다. 솔직히 말하면 자주 만나지 못해서 괜찮지가 않았다.
뒤돌아보면 먼저 용기를 낸 쪽은 항상 너였다. 이번 여행도 일종의 용기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뒤늦은 고백을 입밖으로 꺼내지도 못하는 비겁한 나는 어눌한 글로 대신한다. 고맙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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